가축전염병 예방법’ 상 가축전염병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시장 군수 구청장이 처분권자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에서 방역관련 의사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이것이 각 지자체로 하달되는 의사결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가축전염병 예방의 목적은 예방과 면역력 강화를 위한 사육환경 개선노력은 등한히 되고 있으며,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살처분 방역에 기대어 축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모순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19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동물권행복카라, 예방적살처분반대시민모임 주관으로 산림비전센터 국회회의장에서 열린 가축전염병 대응 개선방향과 과제 토론회를 통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옥주 국회의원 (경기 화성(갑), 환경노동위원장) 인사말을 통해 “ 고병원성 AI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축산농가의 형태와 환경, 관리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선긋기식 조치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고 하면서 “ 지난주, 가축전염병에 대한 살처분 조치를 직접 대응과 예방적 대응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살처분 유예요건을 구체화 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으며, 정부의 살처분 정책 개선에 대한 우리 사회 각계의 관심과 공감대를 얻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은 “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 ”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 2014~15년 조류인플류엔자( H5N8) 대유행 사태 이후, 국제공동연구에서도 AI전파 경로 차단은 한계가 있으며, 동물의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육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 했다“며 ”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목적인 축산업의 발전과 공주위생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살처분‘ 방역인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소장은 ”올 겨울 살처분 방역 현장에서 바라본 가장 큰 문제는 행정 책임의 명분으로 행해지는 권위주의적 권한행사,독단적 관료형태의 문제로 보여진다“며 ” 예방적 살처분 조치의 형식적 결정권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실제에서는 중앙정부에서 일방적 결정되고 지자체에 하달되는 구조와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축살처분 제도의 법적 개선방안” 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 현재는 살처분 중심의 방역 정책으로 인하여 살처분의 집행, 매물지 확보, 축산농가 보상비용 등 사후적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사전예방적 방역체계 구축에는 예산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하면서 “ 방역을 위한 예산 및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국가 재정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함 교수는 “ 현재 우리의 방역 정책 및 집행시스템은 살처분에 집중하는 미시적이고 부분적이며 사후 대응적인 방식에 기초하여 통합적이고 사전예방적인 관점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할 때 살처분 중심의 방역정책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기대해 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함교수는 특히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1장 총칙에 가축전염병 방역행정의 기본원칙 규정을 신설하고, 예방의 원칙을 제1의 원칙으로 명시하여야 한다”며 “ 가축전염병의 적정 관리라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그 수단의 선택에 있어서 행정청의 재량이 인정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처럼 가축전염병 발병시 획일적으로 일반적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을 패키지로 묶어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주이 단국대환경자원경제학과 초빙교수 좌장으로 진행한 종합토론에서 안두영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예방적 살처분 범위 3km 설정은 과도한 기본권 재산권 침해인 만큼 무분별한 살처분 정책은 버리고 이제는 AI 백신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 AI 발생농가는 살처분보상금 과도한 감액으로 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상금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유재호 산안마을농가는 “예방적 살처분 거부를 이어간 두달간 부딪힌 가장 큰 벽은 거버넌스 실종이다”며 “ 거리방역에서 역학방역으로, 백신정책 도입, 중앙통제에서 력체제로, 면역력 강화로 건강한 가축 기르기, 새로운 방역모델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은 “ 살처분은 최선의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며, 이미 환경, 윤리, 지속가능성, 모든 면에서 살처분은 한계가 드러났고, 아직도 그것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고 하면서 “ 백신도입과 살처분을 같이하는 다양한 정책구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지 동물권행동카라 정책실장은 “역대 최악의 대량 살처분, 탁상행정 살처분,생매장 살처분이다 ”며 “ 생명 폐기 처분 정책의 폐기와 사회적 위험의 축소, 과학적 방역실시 및 가축전염병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대표 변호사는 “ 지난 겨울에 벌어진 3km 이내 무차별 예방적 살처분은 관료주의, 행정편의주의가 빛어낸 참사‘며 “ 산안마을 사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만큼 보상 문제인가, 배상의 문제인가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아울러 “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 살처분 명령권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며 “ 이것은 법치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짐에 따라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져서 행정의 투명성, 책임성을 확보하지도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AI 방역과장은 “ 가금농장의 시설 방역관리 수준제고를 통해 사전예방 중심의 AI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방역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 질병관리 등급제 도입, 농장 차단방연 등 종합방역 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것이다”고 밝혔다.
(농업환경뉴스 = 윤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