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폐기는 생산자 이윤 감소, 폐기물 처리 비용 지출 등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등에 따른 환경 부담을 증대시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농식품 폐기 문제에 대한 관심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 · 처리라는 사후적 접근에 치중되어 있어, 사전적 문제 해결방식으로 폐기물 감축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KREI, 원장 김홍상)이 ‘농식품 유통 및 소비단계 폐기물 감축방안’ 연구를 통해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국내 농식품 폐기 현황과 실태를 파악·분석하여 사전적 문제 해결방식의 감축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책임자인 홍연아 박사는 “국내에 공급된 농식품 전체에서 폐기되는 비율은 약 14%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약 20조 원으로 국내 농업부문 총 부가가치의 약 70%에 달하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또한, “농식품 폐기물 처리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온 기존의 사후적 접근방식의 경우, 처리된 폐기물로 생산된 사료의 수요처 부재 문제 등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농식품 폐기물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농식품 폐기 방지를 위한 사전적 문제 해결방식의 실천전략으로 농식품 재분배, 소비자 행동변화, 공급체계 효율화, 농식품 폐기 방지 거버넌스 등 크게 네 가지 유형의 대안을 제시했다.
농식품 재분배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농식품 기부, 마감할인서비스 이용 확대와 집단급식소의 미배식 음식 재활용 등을 제안했다. 특히, 농식품 기부를 강조했는데, 향후 기업의 ESG 경영 및 기부문화 활성화로 기부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소비기한 표시제 등이 도입될 경우 식품 기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식품 기부를 통한 농식품 폐기 감축은 연간 최대 2,362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농식품 폐기물 감축의 주요 전략으로 농식품 기부를 농식품 폐기 감축수단으로 제시하며 농식품 재분배가 농식품 폐기 감축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 왔다. 특히, 2017년 ‘농식품 기부를 위한 EU 지침’을 발표를 시작으로 각종 법제를 정비하는 등 농식품 기부를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농식품 재분배가 활성화되어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농식품 재분배와 관련한 민간 조직이 활성화되어 있고 이를 지원하는 법제와 재정 장려책이 마련되어 있다.
소비자 행동 변화 유도를 위한 대안으로는 잔반측정시스템, 무인주문 반찬선택시스템 도입, 캠페인 및 교육프로그램 제공을 제시했다. 이 같은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이용자의 불편을 고려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비롯해 급식소, 외식 업종 및 음식점 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개인의 의식 제고와 자발적 노력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성도 강조했다.
농식품 공급사슬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는 소비기한 도입과 로컬푸드 구매 확산을 제안했다. 한편, 소비기한 도입 예정으로 기존 유통기한 표시와의 혼돈이 우려되므로, 일정 기간동안 두 가지 식품기한을 병행 표시해 소비자의 식품구매 및 소비에 있어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농식품 폐기 처리 및 관리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는 음식물 폐기물 감량기(이하 ‘감량기’) 보급과 농식품 폐기물 배출자 관리체계 개선을 제안했다. 감량기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감량기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품질 및 A/S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필요성을 밝혔다. 또한 대형음식점, 집단급식소 등과 같은 다량배출사업장의 농식품 폐기물 배출량 관리를 위해 계량방식 개선 및 농식품 폐기 전자관리시스템 구축도 제안했다.
(농업환경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