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어촌상생기금 지원을 받아 청년 외식창업공간(창녕군 이방면 안리마을) 주변 길을 조성하고, 창업 공간 내 조명 설치 및 조경 식재 등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농어촌상생기금의 목표 미달에 따른 부족분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1일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서 “그간 민간의 자발적 출연을 중심으로 조성해 온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출연금 2,00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상생기금에 돈을 내는 것은 2017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왜 정부가 이제 와서 2,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 · 중 자유무역협정 (FTA) 비준 과정에서 시장개방으로 이익을 얻는 산업과 피해를 입는 농어업 · 농어촌 사이의 상생을 위해 여야정이 합의한 데서 출발했다.
당시 국회에서 최종 회의에 참석한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 차관이 최근 발간한 ' 징비 칼럼집 ' 에서 " 쟁점은 상생협력기금이 계획보다 적게 모금되었을 경우 어떻게 할지가 논란거리였다" 며". 야당인 현 민주당은 합의 내용대로 목표 미달 시 정부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산당국에서는 재정 투입을 반대했다. 2016년 12월29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매년 1000억원 목표에 부족한 경우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한 후 국회에 보고해야한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운영 10년째인 2026년 6월 현재 누적 조성액은 3,207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액 1조원의 약 32% 수준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대기업의 참여 실적이다. 2025년 8월 기준 재계 상위 9개 기업의 누적 출연액은 약 580억원으로 집계됐다. FTA 확대를 통해 제조업·수출산업이 상당한 경제적 편익을 얻은 반면 상생기금 참여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민간기업의 기금출연을 요구하는 가 하면, 매년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돼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의 도덕성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다
상생기금 부진을 단순히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만 평가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현행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의2는 상생 기금을 ‘정부 외의 자가 출연하는 현금이나 물품 등의 재산’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년 1,000억원이라는 조성목표는 있지만 특정 FTA 수혜기업에 법적인 출연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목표액이 부족하면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을 뿐이다.
결국 지난 10년간 1조원이라는 목표는 세웠지만 이를 달성할 수단은 사실상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맡겼다. 따라서 현재의 조성률 30%대는 단순한 기업의 참여부진이라기보다 처음부터 강제력과 책임배분 원칙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제도적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의 2천억원 출연, 필요하지만 상시화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2027년 2,0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인가.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FTA는 개별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국가경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시장개방으로 특정 산업과 농어촌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를 조정하고 보완할 최종적인 책임 역시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목표액을 크게 밑돈 상황을 방치한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2,000억원을 투입해 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출연이 새로운 원칙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기업 출연이 부족할 때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부족액을 채워준다면 FTA 수혜기업은 오히려 기금을 출연할 이유가 줄어든다.
농식품부는 2027년 2,000억원을 시작으로 향후 연차적인 정부 출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자칫하면 본래 '민간의 상생협력' 을 위해 만든 기금이 사실상 정부 재정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현행법은 상생기금을 ‘정부 외의 자’의 출연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있어 정부가 직접 출연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매년 1,000억원의 목표액과 미달 때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한 현행 제18조의2 제4항은 2027년 1월16일까지 효력이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일몰 연장이나 정부 출연 허용이 아니라 상생기금의 책임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FTA 수혜기업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가장 큰 논쟁은 ‘FTA 수혜기업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강제로 출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매출이 많은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
기업의 이익이 FTA 때문인지, 기술경쟁력이나 환율·세계시장 상황 때문인지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논의에서도 FTA 수혜기업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FTA 수혜기업 매출액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자료를 활용해 ▲FTA 특혜관세 활용 규모 ▲FTA 적용 수출입 규모 ▲관세절감액 ▲업종별 시장개방에 따른 경제적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FTA 편익이 큰 대기업은 일정 수준의 책임을 부담하고 중견·중소기업은 감면 또는 면제하는 ‘FTA 상생 차등책임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에 일률적인 준조세를 부과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FTA라는 국가적 시장개방정책을 통해 특별히 큰 경제적 편익을 얻은 주체가 그 편익의 극히 일부를 개방 피해산업과 공유한다는 ‘수익자 공동책임’의 원칙이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정부 매칭 방식’이다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정부 출연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FTA 수혜기업들이 1,000억원을 출연하면 정부가 일정액을 추가 출연하는 ‘매칭 방식’이다.
기업 출연이 늘어날수록 정부 지원도 확대되고, 반대로 기업 참여가 줄어들면 정부 재정도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이 방법은 기업이 내지 않은 돈을 정부가 대신 메우는 현재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여기에 법인세 세제지원, 정책금융 우대, 정부 R&D·수출지원사업 평가 가점, 동반성장지수 및 ESG 평가 반영 등을 결합해야 한다. 농식품부도 이미 농어촌 ESG 실천인정제를 통해 정부포상, 동반성장지수 평가 우대, ESG 컨설팅과 홍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모금실적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의 인센티브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상생기금에 참여하는 것이 기업경영과 ESG 평가에서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지정기부 98% 구조도 손봐야
기금 사용방식도 개선 대상이다. 현재 출연금의 약 98%가 기업이 특정 사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이나 사업을 선택할 수 있어 참여 유인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구조가 지나치면 FTA 피해가 큰 지역이나 농업현안보다 기업 홍보효과가 높은 사업에 기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지정기부제를 없애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기업의 출연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출연한 금액의 일정 부분은 지정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일정 비율은 ‘농어촌 공동상생계정’에 적립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는 혼합방식이 현실적이다 고 볼 수 있다.
공동계정은 기후위기 대응 농업, 친환경농업 확대, 청년농 육성, 농촌소멸 대응, 농산물 가공 · 유통 경쟁력 강화, 수입농산물 피해품목의 구조전환 등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생기금, 10년 실패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2027년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정부의 2,000억원 출연 자체를 문제라고 볼 필요는 없다. 국가가 추진한 FTA 정책으로 인해 농어업이 부담을 감수했다면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이 기업의 책임을 대신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 FTA를 통해 얻은 이익은 사회 전체에 돌아가는 반면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가 농어업과 농촌에 집중된다면 그 불균형을 조정하는 것은 국가와 수혜산업의 공동책임이다. 기업이 내지 않으면 정부가 대신 낸다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상생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 정부의 2,000억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기업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기부금에서 벗어나 FTA의 이익과 피해를 사회적으로 조정하는 실질적인 상생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할 때이다"고 강조한다.
이준원 전 농식품부차관은 이와 관련 " 상생협력기금이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여야정이 한중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 일회성 공약' 으로 활용했기에 비준안 통과 이후 관심밖으로 밀려났다"며 " 기부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확대하고 , 기업의 동반지수에 가점을 부여했음에도 실적이 저조한 것은 ' 이벤트성 기금 조성' 이 ' 국민적 공감' 을 얻지 못한 만큼 지금이라도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고 언급했다.
(농업환경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