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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농업정책연구소

농지 전수조사 후폭풍…친환경 임차농의 농사지을 땅부터 지켜야

- 투기·불법 임대차 바로잡되 실경작 임차농 보호 병행해야
- 친환경농가는 농지 잃으면 수년간 쌓아온 토양·인증기반까지 상실
- 농지가격·담보가치 하락 우려까지…농지은행 역할과 임대차 제도 개편 과제

 정부가 농지개혁 이후 사실상 첫 대규모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농촌 현장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농지 투기와 불법 소유·임대차, 무단 휴경을 바로잡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 중심으로 농지 이용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농지 소유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차계약 해지와 농지 매도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실경작 임차농의 영농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분야가 친환경농업이다. 친환경농업은 일반적인 농지 임대차 문제와 달리 농지를 잃는 순간 수년 동안 축적해온 토양관리와 친환경인증 기반까지 동시에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농지 전수조사, 136만㏊ 대상으로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귀농 · 귀촌과 농업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높은 농지 가격과 농지 투기 문제를 언급하면서 농지의 소유 · 이용 실태를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주문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18일부터 지방정부와 함께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올해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36만㏊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5~7월 기본조사에 이어 8~12월 현장 중심의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7월 29일까지 조사 대상의 97%인 약 132만㏊, 1,013만 필지에 대한 1차 기본조사가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284만 필지, 27%가 불법 임대차 · 무단 휴경·불법 전용·소유 제한 위반 등의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개정 농지법은 농지 소유자가 농사를 짓지 않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 또는 불법으로 타인에게 임대하면 강제 처분명령을 내리도록 의무화했다.  처분명령이 내려진 지 6개월 내 농지를 팔지 않으면 매년 땅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27% 모두가 불법 농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행정정보 등을 토대로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선별된 농지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고령농의 질병에 따른 휴경이나 농업인끼리 관행적으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는 경우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위반은 투기 목적 위반과 구별해 계도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문제는 ‘실제 농사짓는 임차농’에게 불똥이 튄다는 것

 

우리 농촌에서 임차농업은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농지 전수조사를 단순히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는가 ’ 만으로 접근할 경우 실제 농업생산을 담당해온 임차농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일부 부재지주는 그동안 농지를 다른 농민에게 빌려주면서도 정식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자신이 직접 경작하는 것처럼 관리해왔다.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농지법 위반 적발을 우려한 일부 소유자가 임차농과의 관계를 끊고 농지를 회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농식품부 역시 이러한 위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정부는 “일부 부재지주가 전수조사 회피 등을 목적으로 임대차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우려가 있다”며 특별정비기간을 운영하고 서면 임대차계약 전환과 농지은행 위탁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때문에 임대차 관계가 일방적으로 종료된 농가에는 농지은행에 위탁된 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보호대책도 마련했다. 문제는 일반 임차농보다 친환경농업인이 대체 농지를 구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데 있다.

 

□ 친환경농업은 ‘농민’만 옮긴다고 옮겨갈 수 없다

 

친환경농업에서 농지는 단순한 생산 장소가 아니다.  수년 동안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배제하면서 토양의 유기물과 미생물 생태계를 관리하고, 주변 농지로부터 농약이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만들어온 하나의 ‘생산기반’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친환경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갑자기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해서 다른 논이나 밭을 구해 다음해부터 똑같이 유기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기농산물 인증기준에는 새 재배포장이 일정한 전환기간 동안 유기재배 방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다년생 작물은 최초 수확 전 3년, 그 밖의 작물은 파종 또는 재식 전 2년​의 전환기간을 기본적으로 요구한다.

 

이전 농지의 사용 이력에 따라 조정될 수 있지만 새로운 일반농지로 옮겨갈 경우 그동안 유지해온 인증 생산기반이 단절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인근 농지의 농약 비산과 오염 가능성도 문제다. 유기농산물 인증농지는 주변 오염원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완충지대나 보호시설 등 관리가 요구된다.

 

따라서 단순히 면적이 같은 다른 농지를 공급한다고 해서 기존 친환경농지를 그대로 대체했다고 보기 어렵다. 바로 이 점에서 친환경농업의 농지임대차 문제는 일반적인 부동산 임대차와 성격이 다르다. 친환경농민에게 농지의 안정적인 이용권은 곧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의 안정성 문제다.

 

문종욱(사)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은 “ 한살림이 생산자연합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친환경 농업인의 자가 소유 농지 비율은  30%, 나머지 70%는 임차농이 차지한다” 며 “ 친환경 인증의 경우 경영체 등록을 하지 않아도 실경작자 확인서만 제출하면 인증이 발급되기 때문에 임차농 비율이 높은 친환경농업인 다수가 경영체 등록증 없이 인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임차농의 다수가 부재지주로부터 임대차 계약서를 체결하지 못한 채 영농활동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완주 친환경쌀단지에서 현실로 나타난 ‘농지 이탈’

 

 농지 전수조사의 여파는 이미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친환경쌀 생산단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의 땅기운 저탄소 작목반은 한때 약 120㏊ 규모의 친환경쌀 생산단지를 운영했지만 고령화 등으로 규모가 약 56㏊까지 줄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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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농지 전수조사가 예고된 이후 농지 이탈이 늘어나면서 2026년 한해에만 약 10㏊가 친환경단지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도됐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기존 임차농에게 경작 중단을 요구한 경우였고, 나머지는 고령농 소유자가 농지를 농지은행에 매도하면서 발생했다.

 

문제는 한 필지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환경 쌀은 일정 지역을 집단화해 공동방제와 용수·병해충·주변 농약오염 등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한가운데 농지가 일반 관행농업으로 바뀌면 주변 친환경농지의 관리 부담과 인증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결국 한 임차농의 퇴거가 친환경농업단지 전체의 생산체계를 흔드는 문제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 “대체농지 주겠다”지만 친환경농가는 갈 곳 찾기 어렵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로 임대차가 종료된 농가에 농지은행 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한편, 2025년부터 친환경단지 안이나 친환경농지와 연접한 농지를 친환경농가에 우선 임대하고 농지은행 사업자 선정 때 친환경농가에 가점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정부 설명 자료에 따르면 농지은행 위탁건수는 5월 18일부터 6월 12일까지 1만2,13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7,506건보다 62% 증가했다.  정부는 친환경인증 농지가 농지은행에 매입 · 위탁될 경우 이를 주변 친환경농가에 우선 안내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체 농지를 단순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환경 농민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농지 1㏊’가 아니라 친환경 인증이 유지될 수 있는 1㏊이기 때문이다.

 

농지은행이 공급하는 일반농지를 받았다가 유기농 인증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면 수년 동안 인증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기간이 생길 수 있다. 기존 학교급식이나 생협·친환경유통 계약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친환경임차농 현장에서는 농지은행의 임대 공고만으로는 어느 농지가 기존 친환경인증 농지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농특위도 ‘친환경농업 임대차보호 특별법’ 제안

 

이 때문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도 친환경농업 임대차 문제를 별도의 정책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농특위는 지난 4월 농지제도개선 TF에서 제주지역 농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부재지주와 임차농 비율이 높은 농촌 현실을 고려해 임차농과 친환경농업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논의했다.

 

8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토론회에서는 실경작자 구제특례와 함께 ‘친환경농업 임대차 특별조항’​을 농지법 등에 마련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어 9월 9일 열린 농특위의 연속 국회 토론회 최종 종합 논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갔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심재성 주무관은 ‘친환경농업 임대차보호 특별법’ 신설과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의 친환경농업 보호 기능을 강화해 농지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는 친환경농업에서 농지의 ‘연속성’ 자체가 중요한 정책가치라는 점이 공식 농지제도 논의에서도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농지가격 하락과 농협 담보가치 문제도 함께 살펴야

 

 또 다른 현장 우려는 농지시장이다.  전수조사를 계기로 고령농이나 부재지주가 농지를 매도하려는 반면 신규 매수자는 농지법 규제와 향후 경작 의무 등을 우려해 매입에 신중해질 경우 지역에 따라 가격 하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지가격이 떨어지면 농업인의 자산가치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농촌에서 농지는 농가의 대표적인 담보자산이기 때문에 감정가격이 내려갈 경우 신규대출이나 추가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경매 낙찰가격까지 크게 떨어지면 농지담보대출을 보유한 지역농협의 건전성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지난 15일 국민의 힘이 주최한 ‘농지 전수조사 관련 국회 간담회’ 에 참석한 김지현 경기도 여주 가남농협 조합장은 “ 농지를 반값에 내 놓아도 사지 않는다”며 “ 농지 가격 하락이 농지를 담보로 대출해준 71조원 규모의 지역농협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까지 전국적인 농지거래 통계만으로 ‘전수조사 때문에 전국 농지가격이 폭락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농지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1.6%,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증가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현 단계에서 전수조사와 전국 농지 거래량 사이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량과 가격, 그리고 금융기관의 담보평가액은 서로 다른 지표다. 따라서 향후에는 전국 평균 거래건수만 볼 것이 아니라  시·군별 농지 실거래가격, 감정평가액, 경매 낙찰가율, 농지담보대출 잔액과 연체율​까지 함께 분석해야 농촌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투기농지 정비와 ‘농사지을 권리’ 보호, 함께 가야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비농업인의 투기적 농지 소유와 위장 자경, 장기 유휴농지를 제대로 관리하고 실제 농업생산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농지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전수조사가 성공하려면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누가 실제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 사람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관련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업 분야에서는 보완해야 할 정책 논의 대상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 장기간 실제 경작한 친환경 임차농에게 계약갱신이나 일정한 임대기간 보장, 친환경인증 농지가 농지은행으로 넘어갈 경우 기존 친환경 임차농이나 인접 친환경농가에 우선 임대하는 체계 강화, 농지은행에 ‘친환경인증 농지 DB’를 구축해 임대 공고 단계에서 인증 여부와 재배이력 확인,, 친환경단지 안의 농지는 개별 필지 단위가 아니라 생산단지 전체의 연속성을 고려해 관리,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친환경농지를 잃은 농가에 대해서는 대체 인증농지 우선 공급과 함께 시설·토양개량 등 이전비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한다

 

어떻든 농지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위법 농지를 찾아내는 데 그칠 수 없다. 투기 목적의 농지는 엄격히 관리하되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의 경작기반이 오히려 무너지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친환경농업 2배 확대와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형 농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한다면 오랫동안 친환경 토양을 만들어온 농민들이 임대차 문제 때문에 하루아침에 농지를 잃는 구조가 지속되는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농업에서 농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수년 동안 농민이 만들어온 건강한 토양이고, 친환경인증의 기반이며, 학교급식과 소비자에게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생산기반이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가 투기농지를 바로잡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의 경작권과 친환경농업의 생산기반까지 안정시키는 농지제도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정책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청와대가 17일 “현장의 불안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당정이 협의해 구체적인 전수 조사 조치 방향과 계획을 마련하고 추석 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친환경농업 농지문제도 함께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당부한다.  

 

(농업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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