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8년 12월 전북 정읍시가 주최한 ‘ 농민과 소통하는 농정시책 발굴 ’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 농업 · 농촌의 공익적 가치 유지프로그램의 효율적 도입 방안 ‘ 이란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행사에서 ’ 농민 수당 ‘ 도입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전남 해남군의 ’ 농민수당 ‘ 도입 첫 사례가 소개된 이후 정읍시도 하루빨리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거센 요구가 있었다. 농민들의 ' 공익적 활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 과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피해 입은 농민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그리고 농촌을 유지하고 농업의 다양성을 키우는 주축인 중소 가족농 강화 방안 등의 일환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 농민수당' '19년 해남군 이어 현재 전국 광역지자체로 빠르게 확산
’농민수당‘은 처음 2019년 전남 해남군이 조례를 만들어 시행한 이래 6.13 지방선거 이후 현재 모든 전국 광역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지자체마다 명칭, 대상, 액수 등이 다르지만 각기 지역적 특성, 예산 등을 반영한 결과이다. 전남도가 가장 앞서 ’ 농어민 공익수당 ‘ 형태로 도입한 데 이어 충남도 ’ 농어민 수당 ‘, 전북도 ’농민 공익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 외 강원, 충북, 경남, 경북, 제주는 농민수당 (농업인 수당) 지원으로, 경기도는 ‘농민기본소득‘ 개념으로 각각 시행하고 있다.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한 이유는 농정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농민의 생존 위협에 대한 ’마지막 저항’, 그리고 농민들의 불공정과 불평등 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들은 ‘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요구하는 요인이 크지만 ‘ 농촌공동체의 붕괴와 인구소멸 ’ 에 따른 대책의 일환이다.
최근 농촌지역이 저출산 ·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으며,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05개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지역이 대부분 농촌지역의 지자체가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 공익형직불제...농가 소득직접제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문제는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의 도입 당위성에 대해 이해 하지만 지난 2019년 첫 도입한 공익직불제 등 세 가지 농가 소득 직접 제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세 가지 제도가 모두 공익증진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제도간 불분명한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다. 설사 6.13 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후보가 ’ 농민 수당‘ 도입을 ’정치적‘으로 ’합의‘를 했더라도 ’ 정책화‘ 하려면 많은 논의와 고민,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농민 수당‘ 도입을 서둘러 결정하는 것 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형직불제도와 연계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공익증진 상승효과와 재정 누수 최소화를 위해 제도 개편 및 운영방향을 마련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세 제도가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하다 보니 각 제도의 관점과 관계, 운영방식 등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 인식차이가 크다. 중앙정부, 지자체, 정책 대상자 등 이해집단 모두 ‘ 동상이몽‘ 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런 현안을 갖고 ’ 농가 · 농업인 경영안정 및 소득지원 쟁점 및 과제를 주제로 미래 토론회‘ 를 개최한 바 있지만 이렇다 할 정리돼, 정책화 된 것은 없는 상태다.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 을 넘어 ’ 농촌기본소득‘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범 사업 추진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 을 넘어 ’ 농촌기본소득‘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9일 ‘ 26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농촌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보장하기 위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 인구 감소지역 69개 군 중 소멸 위기 극복 의지가 높은 6개 군을 대상으로 주민 24만명에 월 15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농식품부는 농촌기본 소득을 2년 동안 시범 운용한 뒤 성과를 분석해 본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많은 '난관' 이 예상된다.
당장 재원 마련이다. 추계예산 규모가 제각각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본사업 기준 소요 재정을 6조2000억원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농어민기본소득법‘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4조 6664억원, 임미애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의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안’에 대해 연간 8조6807억원의 국비 소요를 각각 추계했다.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해 농림예산을 대폭 확대하던가, 아니면 기존 예산 및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애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농림예산 대폭 확대, 아니면 기존 예산 및 사업구조 개편 예산 마련해야
재원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도 쟁점 사안 중 하나다. 농식품부가 시범 사업 예산에서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정 자립도 낮은 지자체의 경우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연천군 청산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례가 한 예이다. 경기도 전체 99개면 확대 시행시에는 1조3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 부담이 커 '국비와 지방비'를 분담하더라도 시군의 재정여건에 따라 감담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경기도가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체계 필요성을 제기했던 이유이다.
부처간 업무 조정 문제도 그렇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이 지난달 26일 「지역소멸 위기대응을 위한 농어촌기본소득법」을 공동 대표 발의한 내용 중 법안의 주무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로 지정한 것이다. 신정훈 의원은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정 지원 정책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지자체와의 실질적 연계와 실행을 위해선 행정안전부의 총괄 조정 역할이 필수적이다" 고 했지만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어떻든 새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농어촌기본소득‘이 조기 정착돼 ' 균형성장을 선도하는 농촌' 으로 소멸 지역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자칫 시행과정에서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 공익형직불제 처럼 중앙정부, 자자체, 정책대상자 등 이해 집단 모두 '동상이몽' 으로 끝나지 않을 까 우려된다.
(농업환경뉴스 = 윤주이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