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친환경농산물 농약 잔류허용기준은 ‘불검출’이어서 농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인근 경작지에 뿌려진 농약이 바람이나 물을 타고 흘러들어온 미량의 농약 검출도 허용하지 않아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었으나, 앞으로 이러한 비의도적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친환경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그 결과 친환경농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의 친환경농산물 인증기준 개선을 골자로 12월 13일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을 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그동안 농업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국회, 이해 관계자 간 지속적인 협의와 소통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유기농 감귤을 생산하는 ‘ㄱ’농가는 “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최근 농약 검출로 인증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 며 “ 근처 관행재배 농가가 뿌린 농약이 바람에 흩날려서 인증 농산물에서 미량 검출되었기 때문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비의도적인 오염으로 인해 정성들여 키운 농산물이 인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다 보니 인증농가는 친환경농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새로 진입하는 농가의 수는 줄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두 차례의 토론회 (5.24., 6.8.)를 거쳐 정부와 친환경농업계, 전문가 간에 대안을 모색하였으며, 생산자와 소비자단체 간에는 농가와 소비자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 (5∼7월), 업무협약 체결 (9.25.) 등을 통해 친환경농산물 인증기준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어냈다.
주요 개정 내용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 농약 잔류허용기준 (MRL)을 비의도적인 오염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줄이고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기 위해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의 20분의 1이하’ (MRL이 미 설정된 경우에는 0.01mg/kg(ppm)이하)로 조정했다. 다만 의도적 농약 사용시에는 검출량에 상관없이 ‘인증취소’ 한다. 잔류허용기준(MRL, Maximum Residue Limits)이란 1일 섭취허용량 기준으로 사람이 일생동안 섭취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허용량을 말한다.
특히, 친환경 농업인들에게 농업환경 보전 효과를 높이는 방법과 비의도적 오염방지에 대한 노력 의무를 추가하여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유지하도록 했다. 토양비옥도의 유지 등을 통해 농업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보전하거나, 인근 다른 농지에서 살포된 농약이 바람이나 농업용수로 인해 친환경 농지로 유입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 그 예라 하겠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이번 인증기준 개선은 그동안 현장에서 친환경 인증을 유지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던 비의도적인 오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면이 크다”라고 하면서, “친환경 농업인들은 환경을 지키는 농업을 실천하고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소비자들은 건강과 가치 중심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우리 친환경농업이 환경가치와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 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계기로 관련 지침 개정을 통해 일률적인 농약검사 방법을 농가별 친환경농업 기여도와 위험도를 고려하여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모범적인 농가에 대해서는 검사 횟수를 조정하도록 하고 친환경농업을 처음 시작하거나 과거 인증기준 위반실적이 있는 준수의식이 낮은 농가는 우선 적으로 검사하는 체계로 개선한다. 농가별 위험도에 따른 검사기준과 세부적인 방법들은 추가적인 지침 마련 후 ‘24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농업환경뉴스 = 윤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