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혁(1947-2020) 박사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몇 일간 참으로 먹먹했다. 병치레를 알았다면 미리 챙겨볼 수도 있었을 텐데... 운명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국내 유기농업판에서 1990년대 초부터 인연이 있었다. 이런저런 인연을 이어오다 2010년 11월 ~ 12월을 서박님과 미얀마 양곤에서 같은 집에 지내게 되었다.
미얀마 정부의 유기농업 구축사업 요청에 따라 koica 사업의 일환으로 양곤 인근 흘레구에서 다양한 유기농업 시범사업을 수행했고 나는 미얀마인을 대상으로하는 유기농인증심사원 훈련프로그램의 트레이너로 참여했던 추억이 있다.
서박사님은 해방후 625를 겪은 60년대 학번이 그러하듯이 성실함과 애국심은 기본이었고 균형잡힌 글로벌한 시각도 함께 가지고 계셨다. 매일 모기와 싸워야하는 더운 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틈만나면 책을 읽으셧다. 이때 들었던 얘기가 인상이 깊어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따라 읽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성격상 본인에게 엄격하여 개인적인 아쉬운 소리를 못하였고, 지병이 있었는데도 알리지도 않고 그냥 가셨습니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사를 정리해보겠다고 자료를 요청할 무렵에 낌새를 알아봤어야 하는데도 눈치 없이 지내버리고 말았던 것이 못내 부끄럽습니다.
육신은 이제 묻히셨고 영혼은 자유를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10년 전 더운 미얀마의 숙소에서 매일 함께했던 일과후 맥주를 마시며 우리 농업의 미래를 논했던 것이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게됐습니다.
아.... 죽은 뒤 바치는 술이 무슨 의미가 있으리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님, 안녕히 가십시요.
[출처] 서종혁 박사님을 기리며|작성자 Yoon Sunghee (흙살림)
(농업환경뉴스 = 관리자 기자)